2003 캔버스에 혼합매체 80 x 130 cm
작가 소장, 2026
'Line' 은 이강욱 회화에서 공간을 생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조형 요소이다. 선은 형태를 윤곽 짓기보다는 화면을 분할하고 연결하며, 보이지 않는 공간의 방향성과 흐름을 암시한다. 미세하게 반복되거나 밀도 높게 축적된 선들은 고정된 시점을 허용하지 않고, 관객의 시선을 이동시키며 공간을 유동적인 상태로 만든다. 이강욱의 선은 경계를 긋기보다는 관계를 형성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강욱의 대표 연작인 ’Invisible Space’는 세포, 미립자와 같은 미시적 세계에서부터 관점에 따라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거대한 우주적 스케일까지, 크기와 거리의 감각이 전복되는 가상의 공간을 탐구한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규정된 공간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는 상상의 공간이며, 그의 회화는 이러한 세계관의 이동을 시각적으로 실험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강욱의 화면에서 공간은 결코 고정된 구조로 제시되지 않는다. 미세한 입자처럼 흩어지거나 응축된 색의 집합, 반복되는 기하학적 형상, 그리고 층위가 다른 제스처들은 하나의 안정된 시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관객은 화면 앞에서 끊임없이 스케일을 재조정하게 된다. 이는 미시와 거시, 내부와 외부, 평면과 깊이 사이를 오가는 지각의 운동을 유도하며, 회화가 여전히 감각적 경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최근의 작업에서 작가는 기하학적 구조와 추상 회화의 조형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은 언제나 드로잉적 제스처를 기반으로 한다. 붓질의 속도와 리듬, 손의 움직임이 남긴 흔적들은 화면 속에서 하나의 사건처럼 작동하며, 공간은 계산된 구조라기보다 생성 중인 상태로 남는다. 이강욱의 회화는 완결된 공간을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작업은 평론가들로부터 ‘감각의 환영으로 표현되는 회화’, 혹은 ‘한국 신추상 회화의 한 흐름’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분류라기보다, 추상이 여전히 동시대적 사유와 감각을 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응답이다. 이강욱의 회화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그리는 동시에,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질문한다.